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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라고 장정들을 재촉하면서, 또다른 한편으로는 여전히 앙칼진 음성으로 대꾸했다.

“흥 ! 강물 밑바닥에 가라앉아 버린다구? 우리에게 끄집어 올릴 재간이 없단 말인가?”

걸인 도사가 또 소맷자락을 서너 번 맹렬히 휘둘렀다.이번에는 그의 배가 드디어 봉

랑자의 배와 나란히 전진하게 됐다.그러나 두 배는 좌우 양편으로 갈라져서, 그 거리

가 삼 장 이상이나 떨어져 있었다.걸인 도사가 여전히 너털웃음을 치고 말했다.”핫! 핫!

핫! 강물 밑바닥에 가라앉은 것을 끄집어 낸들 무슨 소용이 있겠소? 우리는 역시 저놈

을 산 채로 붙잡아야지!”말을 마치자 좌우 양편으로 갈라져서 전진하던 두 척의 나룻

배는, 갑자기 서기의 배를 향하여 측면으로부터 돌진해 오기 시작했다.걸인 도사의 배

를 모는 솜씨가 놀랍게 빠른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었다.봉랑자의 나룻배는 여섯 명이

나 되는 장정들이 노를 젓고 있으니, 그 속도가 걸인 도사의 배와 백중지세(伯仲之勢

)였다.물론 서기의 나룻배는 어떤 젊은 여자 혼자서 노를 젓고 있으니, 속도가 자연 느

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서기가 타고 있는 배는 나룻배 중에서도 가장 작고 가벼

운 것이기 때문에, 속도에 있어서는 다른 두 척을 따를 수 없다지만, 물줄기를 헤치고

방향을 갑자기 돌리는 데에는 두 척의 큰 배보다 훨씬 빨랐다.이런 유리한 점을 교묘하

게 이용해서, 서기는 두 척의 나룻배가 불과 오 장밖에 안 되는 가까운 거리까지 육박

해 들어왔을 때, 살짝 뱃머리를 딴 방향으로 돌려 버렸다.이렇게 되고 보니, 서기의 조

그만 배와 두 척의 큰 나룻배와의 거리는 시종 육, 칠 장은 떨어지게 되어 쉽사리 붙잡

히지 않았다.그러나 이제는 두 척의 큰 배가 좌우 양편에서 협공(挾攻)을 해 들어온다.

아무리 빙글빙글 맴돌아 봐도, 결국은 걸인 도사의 배나 봉랑자의 배나, 둘 중의 하나

와 맞닥뜨리게 마련이다.오직 한 가지 길은, 앞으로 무작정 뺑소니치는 도리밖에 없다.

서기는 내심 극도로 겁을 집어먹었다.두 사람 중에서 한 사람이라도 먼저 자기의 배를

쫓아와서 붙잡히게 된다면, 무술 재간을 가지고는 도저히 그들의 적수(敵手)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서기의 조그만 나룻배에서 노를 젓

고 있는 젊은 여자는 바로 서기의 제자였다.조금 전에 시골 중년 부인으로 변장을 하고

강물에 투신 자살을 하려던 바로 그 여자였다.세상 사람들은 이 여자를 화호(花狐) 유사

고(柳四姑)라고 일컫는다.그 스승에 그 제자.화호 유사고는 불과 십팔구 세밖에 안 되는

아가씨지만, 그 놀라운 지모(智謨)에 있어서는 따를 여자가 드물었다.아가씨는 노를 저으

면서, 나지막한 음성으로 속삭이듯 스승 서기에게 말했다.”스승님! 빨리 무슨 방책을 생

각하셔야죠! 이렇게 쫓기고 있기만 하면 어쩐다죠?”서기는 턱 아래 염소 수염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