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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도 대담 무쌍하고 안하 무인격인 아가씨가, 시간을 오래 끌면 또 무슨 앙큼스런 말을 하고

괴상 망측한 태도를 취해서 자기에게 어떤 망신을 줄지 모를 일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생끗 웃으면서 딱 잘라서 말했다.”그럼 빨리 그놈을 붙잡으러 가보시오! 오래 지체되면 그 도

둑놈은 멀리 도망쳐 버릴 게 아니겠소?”봉랑자 우의미 아가씨는 새까만 눈동자를 몇 번인지

깜짝깜짝했다.앙큼스런 여자의 추파.”그 도둑놈은 반드시 다른 물건을 또 훔칠 생각을 하고 있

을 테니까, 그다지 멀리 달아나지는 않을 거야! 그러면 젊은 친구! 이 여인숙에서 날 기다리고

있어! 함부로 밖으로 나돌지 말구‥‥‥ 이 누이가 먼저 나가서 그놈을 찾아보고, 밤에 다시 이

리 돌아올게!”말을 다 하고, 아가씨는 또 한 번 생끗 웃었다.결국 아가씨는 고개를 갸우뚱했

다가, 고갯짓을 했다가, 어깨를 으쓱했다가‥‥‥ 온갖 교태를 부리며 몸을 일으켜서 여인숙

대문 밖으로 나가고 말았다.이날.소세옥은 여인숙 안에서 실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그

들이 모두가 어떤 공통된 야망 때문에 이 성안으로 몰려든 무예계 인물들이라는 점도 쉽사

리 추측할 수 있었다.그러나 그에게 있어서 한 가지 가장 다행한 것은, 서기란 자를 제외하

고는, 그밖의 사람들은 한 사람도 그들이 찾고자 하는 인물이바로 자기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는 점이었다.태양이 산 너머로 기울기 시작했다.저녁놀이 여인숙 맞은편 집 지붕 꼭대

기에 비스듬히 찬란하게 비끼었다.소세옥은 그 이상 여인숙 안에 있는 여러 무예계 인물들

에게 신경을 쓰는 데에 싫증이 났다.그가 보기에는, 현재 여인숙에 몰려든 인물들은 대부

분이 대수롭지 않은 시시한 존재들인 것 같았다.그는 천천히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리

고 뒤에 있는 조그만 뜰을 향하고 걸어갔다.강주 아가씨의 방문은 단단히 잠겨 있었다. 아마

도 한가롭게 몸을 쉬고 있는 모양이었다. 아가씨에게 또 번거로움을 끼치기 싫어서, 모른 척

하고 혼자서 자기 방으로 돌아갔다.날이 어두워진 지 얼마 안 되어서, 백옥으로 만든 둥근

거울같이 희고 맑은 달이 동쪽 산봉우리 위로 얼굴을 내밀기 시작했다.금강의 출렁대는 물

결은, 마치 무수한 물고기들이 일제히 수면으로 떠올라서 은백색 비늘을 자랑하며 펄떡펄떡

뛰놀고 있는 듯했다.쉭! 쉭!시원한 초저녁 바람이 강변의 수양버들 가지를 멋들어지게 흔

들었다.’수양버들이 축 늘어진 강변에, 저녁 바람이 시원스럽게 스쳐 나가고, 둥근 달이 점

잖게 떠오르고‥‥‥’이런 옛 시인의 시구(詩句)가 생각날 만큼 조용하고 시원스럽고 평화로

운 강변의 풍경이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AZXj7bRjLe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