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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어지러워졌다. 뭣을 더 질문해 볼 수도 없는 형편이었다.어쩔 수 없이 답답함을 가

슴속에 혼자 간직한 채, 난원을 향하고 걸어갔다.난원 문간 앞에 이르렀을 때, 어느

틈엔지 비운이 반색을 하며 달려 나왔다.”아이 참! 정씨댁 아가씨! 인제야 오세요? 우

리 아가씨께서 몇 차례나 물어 보시고 눈이 빠지도록 기다리고 계신데요.”강주 아가

씨가 자기를 그렇게까지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는 것은 바로 흑해쌍마의 사건 때문이

라는 것을 재빨리 알아차렸다. 혼자 마음속으로 생각했다.’잘했지! 강주를 데리고 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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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않기를‥‥‥ 만일에 강주가 그런 무시무시한 광경을 봤다면 절반은 죽었을 거야!’

웃는 낯으로 물어 봤다.”강주 아가씨는 어제 그 껌둥이 괴인들의 일 때문에 그러시

는 거지?”그러나 비운이 나지막한 음성으로 다음과 같은 대답을 할 줄이야 뉘 알

았으랴!”아녜요! 어젯밤에 여기선 괴상한 일이 생겼어요!””괴상한 일이라니?”자운 아

가씨는 깜짝 놀라며 두 눈을 크게 부릅떴다.”무슨 일인데?”비운은 생글생글 웃는 낮으

로 대답했다.”아가씨! 글쎄, 이건 정말 괴상한 일이지 뭐예요? 우리 강주 아가씨께선

어젯밤에 분명히 안방 침상 위에서 주무셨는데요‥‥‥ 오늘 아침에 눈을 떠 보시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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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편에 따로 떨어져 있는 골방에 혼자 누워 계시더라는 거예요! 그리고‥‥‥ 안방 침상

에 깔렸던 이부자리가 온데간데 없구요‥‥‥‥ 아가씨! 봉명장 안에는 도둑놈이 무시로

돌아다니나요?”비운은 어린 아이같이 천진 난만한 질문을 했다. 봉명장에 도둑놈이 무

시로 돌아다니다니? 이건, 정말 희한한 질문이 아닐 수 없었다.자운 아가씨는 남몰래

깜짝 놀라 성급히 물었다.”강주 아가씨께선 아무 일도 없으셨나?””네 ! 아무 일도 없으

셨어요!”비운은 여전히 웃는 낮으로 대꾸했다.”우리 아가씨께선 그저 괴상한 일이라고

만 생각하고 계시죠! 그래서 한시 바삐 정씨댁 아가씨가 돌아오시기만 눈이 빠지도록

기다리고 계신 거예요.”자운 아가씨는 강주에게 아무런 변고가 없었다는 말을 듣고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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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야 적이 마음이 놓였다.아가씨가 근심 걱정을 한 것은 다른 데에 있지 않았다. 바로 그

사람답지 못한 오라비 정여룡이 주책 망나니 짓을 할까 봐 그것을 겁냈던 것이다. 현재까

지 자운 아가씨는 활수검 정여룡이 난원에서 하룻밤 사이에 저지른 끔찍끔찍한 죄악에

대해서 털끝만큼도 아는 바가 없기 때문이다.강주 아가씨는 자운 아가씨가 나타나는 것

을 보자 대뜸 괴상한 일을 치르고 난 사람 같은 표정을 하고, 그 조그만 입을 쫑긋거리

면서 비운이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