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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발했다. 모래가 날고, 조약돌이 휘몰아쳐 올랐다.봉명장 대문 밖 넓은 공지는 온통

먼지와 연기로 꽉 찼다.”으흐흐흥!”그 먼지와 연기 속에서 짐승이 울부짖는 소리 같

이 괴상 망측한 냉소 소리가 터져 나왔다.유난히 새까만 연기가 한줄기 뻗쳐 나서 회

오리바람처럼 빙글빙글 허공을 맴돌며 저편으로 때굴때굴 굴러갔다. 또, 그 새까만 연

기 뭉치 속에서 호통 소리가 터져 나왔다.”천하에 둘도 없는 위선자, 정기봉이란 놈아!

이 공양숙은 네놈의 비밀을 무예계에 샅샅이 퍼뜨려서 ‥‥‥‥”놈의 호통 소리가 채 끝나

기도 전에 정기봉은,”뭣이 어쩌고 어째? 이 아니꼬운 놈아!”하고 격분한 음성으로 소리

를 질렀다.바로 그 순간에, 그는 몸을 불끈 허공으로 높이 솟구쳐 올렸다. 곧장 공양숙의

호통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번갯불같이 빨리 달려갔다.허공을 때굴때굴 굴러 달아나는

검은 연기 덩어리의 속도도 굉장히 빠른 것이었지만, 그것을 쫓아가는 정기봉의 날쌘 품

은 거의 불가사의에 속할 만큼 놀라운 것이었다.봉명장의 여러 사람들은 정기봉의 신형(

身形)이 허공에서 두 번 번쩍번쩍하는 것을 확인했을 뿐이다.”으아아악!”또 한 번 처참한

비명 소리가 터졌다. 시커먼 연기 속에서 사람의 그림자 하나가 철썩, 쿵, 하는 음향과 함

께 땅바닥에 떨어져 나둥그러졌다.이렇게 해서, 마침내 공양숙이란 자도 정기봉의 손에 거

꾸러져 버렸다.정기봉은 그때까지도 땅 위에 내려서지 않았다. 허공에 떠 있는 몸을 발칵

뒤집었다. 그제서야 공양계가 나자빠져 있는 신변 가까운 지점으로 내려서면서 연거푸 일

장의 공격을 아래로 화살처럼 꽂아서 공양계를 바싹 눌러 버렸다.땅덩어리가 갈라지는 것같

이 무시무시한 음향이 울리고, 공양계의 시체는 순식간에 살도 뼈도 분간해 낼 수 없을 만

큼 으스러져 버렸다.실로, 차마 눈을 뜨고 보기 어려운 처참한 광경이었다.성수신검 정기봉

이, 수많은 부하들 앞에서 칼 한 자루도 쓰지 않고 장력(掌力)만 가지고 적수와 대결했다는

것은 좀체로 보지 못한 특수한 경우였다.그의 무시무시하고 끔찍한 솜씨에 비단 장 안의 고수

급 인물들만 혀를 내두른 것이 아니다. 열 명의 시첩들까지 악연 실색(愕然失色)하였다.여태까

지 봉명장의 장주 정기봉이 이렇게 하늘을 놀래고 땅을 뒤흔들 만한 불가사의한 장력(掌力)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똑똑히 아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흑해쌍마같이 만만찮은 존재들을

일장으로써 모조리 때려 눕혔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사실이 아닐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