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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아가씨만 그걸 입수할 자격이 있단 말인가?””나 말야?”홍백 아가씨는 하늘을 우러러
보며 얄미울 정도로 캥캥한 음성으로 한바탕 호들갑스럽게 웃었다.”해해해‥‥‥ 해해! 나는 나
자신을 잘 알고 있으니까‥‥‥‥ 무예계의 제일인자가 되고 싶다는 야심이나 망상은 손톱만치
도 품고 있지 않단 말야! 단지 우리 방주님의 명령을 받들고 행동할 뿐이지!””방주라니? 아
가씨는 무슨 방이란 말인가?””천하제일방 말야! 왜? 이런 명칭을 들어 본 일이 없어?”사걸들
은 꼭같이 깜짝 놀랐다. 네 장정들은 홍백 아가씨를 무서워하는 것은 아니었다. 천하제일방
에 대해서 너무나 신기함을 느낄 뿐이었다.일견사 허비라든지, 천향나찰 홍백이라든지 모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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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쟁한 일류급 고수들이다. 이런 인물들을 부하로 거느리고 있다면, 그 방주란 사람의 무술
실력이나 재간이 신출 귀몰한 경지에 도달하지 않고서야 어찌 명령에 복종시킬 수 있으랴 하
는 점을 생각했기 때문이다.용걸 동방명이 또 호통을 쳤다.”방주란 자도 시시한 위인이군! 실
력이나 자신이 있으면 정정 당당히 정체를 드러내고 나설 것이지! 우리 점창파의 사걸도
그렇게 만만한 존재는 아니란 말야! 대가리는 감추고 꼬리만 조금 보이면서 으스대는 인물
이 무슨 방주라고 일컬을 자격이 있다는 건가?”이때, 처절하리만치 무시무시한 냉소 소리
가 밤중의 허공 속에서 들려 왔다.”흐흐흥! 네놈들은 천하제일방을 감당해 낼 자신이 있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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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냐? 취우사자! 빨리 저놈들을 처치해 버리시오!””예!”홍백 아가씨는 간단히 대답했다.
아가씨의 얼굴에는 갑자기 살기가 등등해지더니 새빨간 그림자가 번쩍하고 움직였다.곧장 용
걸 동방명을 향하고 습격해 들어가는 것이었다.”우흐흐흥!”용걸 동방명도 짐승 소리같이 괴상
한 웃음을 터뜨리며 몸을 훌쩍 날렸다. 땅바닥 위에서 한줄기 희미한 연기가 회오리바람처
럼 휘말렸다. 빠르기가 비길 데 없었다.하나는 새빨갛고, 또 하나는 시커먼 두 개의 그림자가
맞부딪쳤다.펑!요란스런 음향이 밤공기를 무섭게 흔들었다. 두 그림자는 양쪽으로 갈라졌다. 홍
백 아가씨는 처음의 자리에 버티고 선 채 꼼짝도 하지 않았다.용걸의 작달막한 몸집은 상대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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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공세를 못 이겨 일 장 이상이나 비칠비칠하며 뒤로 물러섰다. 얼굴빛이 딱할 정도로
창백해졌다.홍백 아가씨는 용걸에게 숨을 쉴 만한 겨를도 주지 않았다.새빨간 그림자가 또
한 번 번쩍하고 움직였다. 살짝살짝 몸을 가볍게 쓰면서 육박해 들어갔다.아가씨의 왼손은 신
영장법(神瑛掌法) 중에서 휘운불월(揮雲拂月)이라는 놀라운 수법을 발휘하고 있었다. 오른손
에 암암리에 힘을 집중시켜서 손가락을 통기는 수법으로, 용걸의 치명적인 급소 기문혈(氣門
穴)을 노리고 화살처럼 쏘아 들어갔다.용걸은 비칠비칠 뒤로 물러섰다. 갑자기 마음이 들떴고,
전신의 피가 모조리 끊어오르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