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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무서운 눈초리로 앞을 노려보고 있는 순간, 맞은편 지붕 꼭대기 위에 돌연 검정 복장의

복면을 한 사나이가 귀신처럼 나타났다.냉소를 터뜨리며 벽안승에게 말했다.”점잖게 생기신

스님! 소생을 따라 같이 가는 게 어때? 내 그대를 위해서 근사한 무덤을 한자리 마련해 줄

테니 ‥‥‥‥””흐흐흥!”벽안승은 코웃음을 치면서, 두 어깨를 으쓱하고 치올렸다.마치 날개가

돋친 듯, 훌훌 날아서 지붕 꼭대기로 쫓아 올라가며 소리를 질렀다.”이 친구! 그대는 도대

체 누구냐?”그것은 너무나 뜻밖이었다.그가 지붕 꼭대기에 발을 디디고 서기도 전에, 그

복면의 사나이는 마치 별안간 회오리바람이 휘몰아치듯, 어느 틈엔지 또 다른 한 채의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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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 꼭대기로 몸을 날렸다. 손짓을 해서 벽안승을 불렀다.”날 따라오란 말야! 여기서 공연히

남들을 놀라게 해놓으면, 그대 스승의 체면을 생각해서도 명예스러운 일이 못될 테니까‥‥‥‥”

벽안승은 가승이 뜨끔해서 내심 생각했다.’저게 무슨 경신술이냐? 저건 숫제 새처럼 훨훨

날아다니는 솜씨인데 !’그는 한참 동안 망설이기만 했다. 겁을 집어먹었기 때문이었다.

복면의 사나이는 벌써 상대방의 그런 심리 상태를 간파한 모양이었다. 또 벽안승을 건너다

보며 냉소를 터뜨렸다.”헤헤헤‥‥‥ 겁이 나시는 모양이군?”벽안승은 복면한 사나이의 오만

불손한 말을 듣자 묵묵 부답, 경각을 지체치 않고 바람처럼 몸을 날려 그편으로 쫓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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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번에도 처음과 똑같이 그가 지붕 꼭대기에 내려설 사이도 없이, 복면한 사나이는

또 다른 맞은편 건물의 지붕 꼭대기로 몸을 날려 버렸다.하나는 뒤를 쫓고, 하나는 달아

나고.눈 깜짝할 사이에 그들은 성 밖으로 나왔다.복면한 사나이는 바람처럼 성벽 아래로

내려섰다.벽안승도 날쌘 동작으로 뒤를 쫓아 내려서며, 다짜고짜로 덤벼들려고 했다.복면

한 사나이는, 이번에는 그 이상 달아나려고 하지 않았다. 검정빛 옷자락을 바람에 휘날리

며, 유령처럼 꼼짝도 하지 않고 버티고 서 있을 뿐.벽안승은 그제서야 목청이 터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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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함을 질렀다.”이 친구! 그대는 도대체 누구냐?””내가 누구냐구? 흐흐흥!”복면한 사나

이는 굵직한 음성으로 호탕하게 코웃음을 치며 다음 말을 했다.”흐흥! 그런 건 역시 묻

지 않는 게 좋을 거야!””그대는 사람의 얼굴을 똑바로 대할 수 없다는 건가?””그대에게

만은 내 얼굴을 보여주고 싶지 않기 때문에‥‥‥‥”벽안승은 깜짝 놀라며 또 한 번 호통을

쳤다.”도대체 그대는 누구냐?””염라 대왕께서 그대를 잡아오라고 파견한 사자(使者)다.”

“이놈, 그따위 개수작은 싹 거둬 치워라!”벽안승은 큰 소리로 호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