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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비가 또 성급히 물었다.”스승님! 어됐든 우리는 동래 산장(東萊山莊)으로 돌아가야겠습죠?”

조삼도는 머리를 절레절레 옆으로 흔들었다.”안 된다! 그게 될 말이냐? 우리들이 그곳으로

들어가기도 전에 거기서는 벌써 여러 놈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나는 우리가

몸을 숨길 만한 좋은 곳을 벌써부터 생각해 두고 있었다.”이때, 그들 스승과 제자를 태운 조

그만 나룻배는 몇 리 길이나 되는 꽤 먼 거리를 거슬러 올라가고 있었다.밤은 조용하고 밝은

달이 중천에 걸려 있고, 사방에는 죽음 같은 정밀(靜謐)만이 감돌았다.조삼도는 잠시도 쉴 새

없이 강 양편 기슭의 동정을 날카로운 눈초리로 살폈다.금강의 수면 폭은 이삼십 장이나 되었

지만, 한 쌍의 신안(神眼)을 가진 조삼도는, 강 기슭에서 바람에 흔들리는 잡초들의 움직임까

지 놓치지 않고 파악했다.그는 그제서야 차츰차츰 안심할 수 있었다. 나룻배는 계속해서 몇

리쯤 강물 줄기를 거슬러 올라갔다.수면의 폭이 점점 좁아졌다. 그와는 반대로 물줄기의

속력은 점점 빠르고 거세졌다.수면의 이쪽저쪽은 모두가 높은 산, 험준하기 비길 데 없는

계곡으로 들어서는 것 같았다.바로 이때, 조삼도는 홀연 앞으로 훤하게 바라다 보이는 좁은

산길에서, 어떤 사람 하나가 불쑥 달려 나오는 것을 발견했다.가슴이 뜨끔했다.그의 유달리

날카로운 시선은, 그 사람의 움직임을 한참 동안이나 노려보고 있었다.달빛이 낮같이 밝아

서 난데없이 나타난 인물의 모습을 똑똑히 알아볼 수 있었다.알고 보니, 그것은 어떤 중년

부인이었는데 줄달음질을 쳐서 좁은 산길 밖으로 뛰쳐 나오며 엉엉 울고 있었다. 옷차림

으로 보아서 그 일대 산속에 살고 있는 가정 부인임에 틀림없었다.조그만 나룻배는 또 십

여 장쯤 강물 줄기를 거슬러 올라갔다.그때 벌써 중년 부인은 강변까지 달려 나왔다. 수면

으로 불쑥 불거져 나온 큼직한 바윗돌 위에 우뚝 섰다. 은은히 들려 오는 부인의 통곡 소리

는, 애절하기 이를 데 없었다.가슴이 미어질 것만 같은 억울함을 참을 길 없다는 듯, 그 통곡

소리는 듣는 사람의 코끝을 시큰해지게 했다.이때, 새시천 연비도 그 중년 부인을 확인하고

대뜸 물었다.”스승님! 저 여자가 이 깊은 밤중에 강변으로 달려 나온 것을 보니, 십중 팔구 투

신 자살을 하려는 게 아닐까요?”조삼도는 두 눈을 똑바로 뜨고 그 중년 부인의 일거 일동

을 주시하면서,”흠!”하고 간단히 대답했을 뿐이었다.연비가 또 성급히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