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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야! 온 세상 사람들이 그대들 진령사흉을 무서워하는지는 몰라도, 나만은 조금도 그

대를 무서워하지 않으니까‥‥‥‥”비천야차도 한 발자국을 앞으로 불쑥 나서면서 호통을 쳤

다.”도대체, 아가씨는 누구요?””호흐호! 호호호‥‥‥‥”붉은 옷의 아가씨는 별안간 간드러지

게 웃었다.허리춤에서 새빨간 비단 손수건 한 폭을 선뜻 꺼냈다. 그리고 그것을 펼쳐서 손

에 들고 휘둘렀다.”그대는 이것을 알아 보겠지?”비단 손수건이 한 번 휘둘러지자, 향내를

몰칵몰칵 풍기는 바람이 사방을 휩쓸었다.주변에 몰려 서 있는 여러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그 새빨간 손수건을 뚫어지게 바라다봤다.그 손수건 한복판에는 검정빛 장미꽃

한 송이가 수놓아져 있고, 꽃 가지 맨 끝에는 한 개의 조그마한 해골 바가지가 수놓아져 있

었다.어떤 사람인지 깜짝 놀라며 소리를 질렸다.”앗! 바로 천향나찰(天香羅烈) 홍백(紅魄)

이었구나!”사실인즉, 소리를 지를 필요도 없었다. 비천야차 유성은 벌써 주춤하고 한 발자

국을 뒤로 물러섰다. 너무나 커다란 놀라움에 두 눈이 휘둥그래졌다.음성이 훨씬 누그러

졌다.”아가씨가 정말 천향나찰이란 말이오?””그대는 믿지 못하겠단 말인가?”벽안승은 전

신을 오싹 떨었다. 그도 역시 두 눈이 휘둥그래져서한 발자국을 뒤로 물러서며 말끝도

제대로 맺지 못했다.”알고 보니 아가씨는 바로 신영궁의‥‥‥?”홍백 아가씨는 벽안승의 말

을 더 기다리지 않고, 칼끝같이 뾰족하고 날카로운 음성으로 발칵 소리를 질렀다.

“입을 닥쳐 두지 못할까? 나는 이미 신영궁을 떠난 지 오랜 사람인데 ! 그리고 지금은

천하제일방의 취우사자란 말이야!”말을 마치자, 홍백 아가씨는 품속을 더듬었다.새파란

광채가 반짝반짝하는 새털 한 개를 꺼내서 손에 꼭 움켜쥐었다.”아니 저게 바로?””앗!

저 아가씨가 바로?”주변에 서 있던 여러 사람들 중에서는 여기저기서 이런 놀라는 소

리가 터져 나왔다.홍백 아가씨는 얼음장같이 싸늘한 눈초리로 사방을 휘둘러 보면서 말

했다.”걸인 도사가 그대들 주변에 나타났다는 것은 결코 좋은 현상은 아냐! 내가 그대들

에게 권고하는 말이니, 그대들은 이 지방에서 멀찍이 떠나는 게 좋을 거야! 쓸데없는 망

상을 하지 말구‥‥‥ 천기부록이란 책자는 무슨 일이 있어도 그대들 수중으로 들어가지

는 못할 테니까‥‥‥‥ 내 말을 믿든 안 믿든, 그것은 그대들의 절대 자유지만…..”홍백 아

가씨는 말을 마치자, 몸을 획 돌이켜 곧장 여인숙 대문 밖을 향하고 걸어 나가기 시작

했다.대문간까지 이르러, 홀연 두 눈을 치떠서 얼굴이 가무잡잡하 생긴 청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