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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로 비스듬히 뽑았다.한편 발을 높이 번쩍 쳐들었다.네모진 식탁 하나를 벽안승을 향하여

힘껏 내질렀다.쿵쾅 투당퉁탕 쟁그렁.온갖 요란스런 음향이 한데 뒤범벅이 되면서 식탁 위의

술 주전자, 술잔, 음식 접시, 사발, 대접이 땅바닥으로 흩어져 춤을 추다가 모조리 깨져 버렸다.

벽안승은 날벼락을 맞은 셈이었다. 걸인 도사가 이렇게까지 재빨리 날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

지 못했다. 더군다나 그의 등덜미에서 딴사람이 갑자기 덤벼들었다는 것은 전혀 상상 밖의

일이었다.난데없이 뜻하지 않은 사람의 그림자가 번갯불처럼 날아드는 순간, 벽안승은 무슨

영문인지 판단을 내리기 어려워, 재빨리 팔의 힘을 죽이고 뻗쳤던 주먹을 거둬 들였다.

그러나 비천야차 유성의 동작은 걷잡을 수 없이 빨랐다.발을 땅에 디디고 서자마자, 경각을

지체치 않고 벽안승을 향해서 식탁을 내질러 버리고 만 것이다.벽안승도 남 못지 않게 날쌘

편이었다. 강철같이 단단한 팔을 홱 옆으로 뻗치는 찰나에, 용하게도 날아 들어오는 식탁을

막아 냈을 뿐만 아니라, 반발하는 힘으로 그 식탁을 멀리 내동댕이쳐 버렸다.식탁이 두 번

씩이나 이리 날고, 저리 동댕이쳐지고 하는 바람에, 그 위에 남아 있던 국 국물, 간장, 기름

이 사방으로 뿌려졌고, 벽안승의 회색빛 승포(僧袍)는 그것들을 흠뻑 뒤집어쓰게 되었다.

일이 이쯤 되고 보니 벽안승은 더 이상 참고 견딜 수 없었다.”에잇 ! 고얀 놈! 까닭 없이 남

에게다 음식상을 뒤집어씌우다니!”식탁을 저편으로 내동댕이치는 순간, 이렇게 호통을 치면

서, 벽안승은 슬쩍 몸을 옆으로 뽑아 가지고 비천야차와 일 대 일로 대결하기 시작했다.

두 사람 사이에, 영문도 모르는 얼토당토 않은 싸움판이 벌어졌을 때, 걸인 도사는 벌써 여

인숙 대청 앞자리 왼편에 놓여 있는 또 다른 식탁 가로 천연덕스럽게 걸어가고 있었다.

그 식탁 가에는 얼굴이 몹시 가무잡잡한 어떤 청년이 혼자 앉아 있었다.여인숙 안은 삽

시간에 난장판이 되어 버렸다.겁쟁이들은 선후를 다투면서 문 밖으로 뺑소니쳐 버렸다.

단지 두 개 식탁을 차지하고 있던, 험상궂게 생긴 깡패 같은 인물들은 양편으로 갈라서서

자리를 비키고, 벽안승과 비천야차의 싸우는 광경을 싸늘한 눈초리로 노려보고 있을 뿐

이었다.걸인 도사는 얼굴이 유난히 가무잡잡한 청년의 곁으로 바싹 다가섰다. 여인숙 전

체가 소란해졌는데도, 이 청년만은 뭣인지 비웃는 듯한 표정으로 입가에 가느다란 냉소를

띠고 단정히 앉아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왁자지껄, 사람들이 떠들고 식탁이 날고 그릇이

깨지고 야단법석을 하는 중에서도, 걸인 도사는 태연 자약하게 히죽히죽 웃으면서 가무

잡잡한 청년에게 말했다.”요놈! 결국 나한테 잡히고야 말았구나! 네놈은 나의 금붙이 은

붙이를 몽땅 훔쳐 가지고 도주했지 ! 그래 가지고 여기 와서 기분 좋게 술을 마시고 음

식을 처먹고 있다니? 이 늙은 도사께서는 네놈 때문에 골탕을 먹고, 사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