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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사람이 서 있는 주변을 그 바람의 힘으로 호위하면서 벌컥 소리를 질렀다.
  “젊은 협객, 조심하게 ! 그만 자리를 뜨지 ! 우리 나중에 또 기회가 있으면 다시
만나 얘기하세!”  말이 끝나자마자, 노인은 삼, 사 장이나 높직하게 몸을 허공으
로 솟구쳐 올렸다. 마치 한 마리의 회색빛 학이 훨훨 날아가듯, 성벽 위를 비스듬
히 날아서 어디론지 사라져 버렸다.  왕영도 꿈틀하고 몸을 움직이는 순간, 마치
한줄기 엷은 연기처럼 몇 장 거리를 훌쩍 날았다.  그러나 그는 자리를 뜬 것은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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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었다. 땅 위에 다시 내려서는 찰나에, 손가락 사이에서는 녹형광의 무시무시한
광채가 세 줄기나 눈부시게 발사되었다.   바로 왕영이 땅 위에 내려서는 순간과
때를 같이해서, 또 한 번 징글맞은 냉소 소리가 들려 왔다.  “에헤헤헤 헤헤!”  다음
순간, 성벽 위에서 은은히 흘러 내려오는 괴상한 음성이 있었다.  “늙은 것이 함부
로 날뛰지 말라! 죽어서 마땅한 폐물이!”  이 괴상한 음성이 왕영의 귓전을 스치는
찰나였다.  “아아, 앗!.”  허공으로 높직이 몸을 날리고 있던 아미수로 노인이 비명을
질렀다.  “아아, 앗!”  그와 동시에 소름 끼치는 음향이 들려 왔다.  쿵! 철썩 !  마침내
아미수로 노인의 몸뚱이는 성벽 아래로 떨어져서 몇 번인지 손발을 버둥치다가 조용
히 뻗어 버렸다.  두말할 것도 없이, 무예계에서 수십 년 동안이나 쟁쟁한 명성을 떨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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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있던 아미수로 노인은, 공격을 가한 적의 그림자도 보지 못한 채 죽어 버리고 만 것
이다.  왕영은 그 광경을 목격하고 깜짝 놀랐다.  성벽 위에서 냉소 소리가 들려 올 때
부터 정신을 바싹 차리고 주의해 봤지만, 성벽 위에는 사람의 그림자라곤 하나도 어
른거리는 게 없었다.  한줄기 장풍(掌風)이 아래로 발사되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아미수로 노인의 무술 실력으로 말하자면, 무예계에서 제일급 고수에 속한다는 사
실을 왕영도 잘 알고 있었다.   이 노인은 사, 오십 합(合)쯤 대결해서 이겨내기도 그다
지 용이한 노릇이 아니다. 그런데 어떻게 눈깜짝할 사이에, 숨도 제대로 못 쉬고 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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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죽어 자빠지고 만다는 것인가? 왕영은 내심 대경 실색하면서도, 거기 나타난 인물이
누구라는 것을 짐작했다. 이런 때일수록 약삭빠른 기지(機智)로써 냉정 침착하게 행동
하지 않으면 상대방에게 먹혀 버리고 만다는 판단을 내렸다.  즉각에 아랫배에다 힘을
주어서 쩌렁쩌렁 울리는 음성으로 한바탕 웃어댔다.  “와하하, 핫! 핫!”  그리고 마치
용이 울부짖는 것 같은 음성으로 소리를 질렀다.  “누구신가 했더니, 천하제일방의
방주님께서 왕림하셨구려!”  그 징글맞은 냉소 소리는 돌연 왼편 가까운 곳에서 들려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