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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사고가 발생했나?”차부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적당히 대답해 넘겼다.”아무 일도 아닙니다.

남루한 의복을 걸친 도사 하나가, 우리 마차를 무슨 구경거리처럼 신기하다는 눈초리로 바라보가

가 버렸을 뿐입니다.”아리따운 아가씨는 양미간을 약간 찌푸렸다.”그 도사의 얼굴빛이 누르스름

하던가?””네, 바로 맞았습니다. 아시는 늙은이입니까?””자네는 모산(芽山)에 걸인 도사(乞人道士)

가 있다는 걸 모르지?””걸인 도사라구요?”차부는 일찍이 그런 명칭을 들어 본 적이 있는 것 같기

도 했다. 그러나 남들이 하는 말을 흘려 들었을 뿐, 그 이상 알려고 하지 않았었다.그는 혼자서 마

음속으로 생각했다.’서로 알지도 못하는 사이니, 무슨 원한 관계도 있을 까닭이 없는데‥‥‥ 그렇다

면, 방금 그 거렁뱅이 같은 도사가 한 짓은 뭣을 의미하는 것일까?’요즘 며칠 동안, 이 차부는 봉

명장 안에서 한 발자국도 바깥 세상에 나와 보지 않았다.따라서 바깥 세상에서 모질고 사납고 잔인

하고 처참한 폭풍우가 휘몰아치려는 사실을 털끝만큼도 알 까닭이 없었다. 더군다나 이 폭풍우란

것은, 지금 내리고 있는 보슬비나 살랑살랑 부는 바람이 아니고, 무예계 전체를 뒤집어엎어 놓으

려는 광풍폭우라는 것을 꿈에도 생각할 까닭이 없었다.또 단도직입으로 말하자면, 이런 광풍 폭우

는 바로 이 차부 때문에 도화선에 불이 붙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것 때문에 이 걸인 도사는

표연히 성 근처에 나타난 것이었다.그러나 차부는 다소 괴상하다는 생각을 했을 뿐, 마음에도 두

지 않고 무심히 지나쳐 버리고 말았다.마차 안에 있는 아리따운 아가씨도, 걸인 도사가 뭣 때문

에 이 근처에 나타났는지, 그 까닭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아가씨는 일찍이 무예계에서 떠돌아

다니는 말을 들었던 기억이 명백히 머리 속에 떠올랐다.’염라 대왕이 목숨을 달라는 것은 겁나

지 않지만, 걸인 도사가 쫓아다니는 것은 끔찍한 일이다!’무예계에 이런 말이 떠돌아다니고 있다

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아가씨는, 뭣인지는 몰라도 사태가 심상치 않다는 느낌을 금할 길이

없었다.그러면서도 아가씨는 지극히 침착하게 가라앉은 음성으로 조용히 말했다.”그럼, 우리

는 여인숙을 찾아가기로 하지 ! 걸인 도사가 느닷없이 이 근처에 나타났다는 것은 까닭이 없

는 일은 아닐 텐데? 그가 우리 뒤를 밟아 와서 우리 장을 시끄럽게 굴지 못하도록 조심해야

!”차부는 고개를 한 번 끄떡했을뿐, 또 입과 혀를 괴상하게 돌려서 말을 몰기 시작했다.

마차는 곧 성문 안으로 들어졌다.성문 근처에서 과히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한군데 여인

숙을 찾아들었다.마차를 여인숙 대문 앞에 멈춰 놓고, 차부는 푹 눌러썼던 찐빵 같은 모자를 약

간 쳐들며 먼저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