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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돌뱅이는 고개를 끄덕끄덕 따라 웃으면서, 술과 안주를 몇 가지 시켰다. 아무 것도 거리

낄 것이 없다는 천연스런 태도였다. 소세옥은 심부름꾼 녀석의 말투에서, 그리고 그 말에

고개를 끄덕끄덕하는 장돌뱅이의 태도에서, 그가 분명히 아침결에 이 여인숙에 들른 일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그러면 어째서 또다시 되돌아왔다는 걸까? 또 다른 목적

이 있단 말인가? 아무리 머리를 짜 봐도 까닭을 모를 일이었다. 천하에 이런 괴상한 일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장돌뱅이는 식탁 앞에 자리잡고 앉자마자, 곁눈질을 해서 무예계 사

람들을 슬쩍 흘겨 보고, 마지막으로 그의 시선은 소세옥의 얼굴에서 멈추어졌다. 빙그레

웃기까지 하는 것이었다.소세옥은 정신을 바싹 차렸다. 놈이 또 무슨 엉뚱한 짓을 할지 몰라

서, 치밀어 오르는 울화를 꾹 누르며,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천연스런 태도로 그를 마주 쳐다

보며 대담하게 웃어 주었다.어처구니없는 일이었다.놈은 한술 더 뜨고 덤벼들지 않나.마침내

장돌뱅이는 제 편에서 먼저 소세옥에게 말을 건넸다.”젊은 친구! 우리는 어디서 꼭 한 번 만

났던 일이 있었던 것 같은데?”소세옥은 마음속으로 코웃음을 쳤다.’흥! 뻔뻔스런 놈! 만난 일

이 있기만 하냐! 네놈은 내 귀중한 물건까지 훔쳐 내구서 ‥‥‥’그러나 소세옥은 그런 내색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았다.다소 풍자적인 말투로 태연 자약하게 대꾸해 넘겼다.”아마, 분명

히 만났던 일이 있었을 거요.””맞았어!”장돌뱅이는 무릎을 손으로 탁 쳤다.”젊은 친구! 내 건

망증도 어지간하지! 바로 오늘 아침결의 일 말이오? 그렇지? 내 말이 맞았지?”소세옥은 마음

속으로 여전히 냉소를 참지 못하면서도 천연스레 대답했다.”선생의 신출 귀몰하신 재간에

는 그저 탄복하여 마지 않았습죠!””천만에 ! 천만에 ! 젊은 친구, 그건 너무나 지나친 과찬이

오.””진실로 명가(名家)의 놀라우신 솜씨라고 생각했습니다.””그렇게 대단한 일도 아니었소

소세옥은 마음속으로 상대방을 매도했다.’지독한 놈이다! 네놈은 솔직히 승인했겠다. 어디

두고 보자! 네놈이 이제부터 나를 어떻게 대할 배짱인지?’음성을 가다듬어 가지고 점잖게

말했다.”우리 좌석을 같이 하시고, 함께 한 잔 하시는 게 어떨까요?”장돌뱅이는 몇 가닥 안

되는 염소 수염을 한들한들 두서너 번 흔들면서 간사스럽게 웃었다.”헤헤헤! 헤헤! 이거 내

가 젊은 친구를 너무 귀찮게 굴면, 그건 미안한 노릇인데‥‥‥‥”입으로는 이렇게 말하면서도,

장돌뱅이는 어슬렁어슬렁 자기 자리를 떠서 이편으로 걸어와 소세옥과 마주 대하고 앉았다.

소세옥은 술과 안주 몇 가지를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