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보도사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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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칠비칠하면서도 강 기슭까지 달려 나왔다.강물 위를 지나쳐 가고 있는 나룻배를

발견하자, 울음 섞인 소리로 또 고함을 질렀다.”사람 살려요! 사람 살려 ‥‥‥ 배를 타

고 가시는 분들! 내 며느리는 강물에 몸을 던졌소! 며느리가 죽으면 우리 두 늙은 것

들과 돌쟁이 손자 녀석도 죽는 도리밖에 없소! 사람 살려요! 사람 살려요! 살려 주시

오!”그것은 고함 소리가 아니라, 간장이 녹을 것만 같은 애절한 호소였다.목숨이 끊

어지려는 순간의 처참한 부르짖음 같았다.출렁대는 파도 소리를 타고 밤 공기 속으로

퍼져 나가는 백발 노인의 음성은, 누가 들어도 강물에 빠진 여자의 목숨을 건져 주지

않고는 못 배길 만큼 처량했다.연비는 그 이상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고개를 홱 돌이

켜 스승 조삼도에게 거침없이 말했다.”스승님 ! 저는 물 속으로 뛰어 들어가서 저 부

인을 구해 내야겠습니다. 노인이 너무나 불쌍해서 못 보겠습니다!”거듭되는 말이긴 하

지만, 천하에서 동도라고까지 일컫는 신안묘수 조삼도는 어쨌든 인정과 의리에 사는

협도(俠盜) 축에 드는 인물이었다.그가 죽음에 직면한 중년 부인을 모른 체하자고 한

것은, 무예계의 예측키 어려운 해괴 망측한 사태를 겁냈을 뿐이었다.백발 노인이 미칠 듯이

울부짖는 것을 보자, 조삼도는 측은하고 가엾은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그의 신안(

神眼)이라 일컫는 날카로운 눈으로 이미 노인과 그의 며느리라는 것을 똑똑히 인정했기

때문이었다. 하나는 확실히 가난한 집안의 중년 여자. 또 하나는 분명히 몇 해 더 살지

알 수 없는 늙은 시아버지.내심, 다소 수상하다는 생각이 없지도 않았지만, 제자 연비의

완강히 반대할 아무런 이유가 없는지라, 묵묵부답 잠자코 있었다.연비는 스승이 아무

하지 않는 것을 보자 그의 승낙을 받고 안 받고 그런 것을 헤아릴 겨를이 없었다. 경각을

지체치 않고 옷을 훌훌 벗어 던졌다.알몸뚱어리가 되어 가지고 신리천파(神鯉穿波)라는

재간을 부려, 두 팔을 앞으로 쭉 뻗고, 두 손바닥을 합쳐서 물결을 베어 버릴 듯이, 중년

부인이 몸을 던진 강물을 목표로 삼고 쏜살같이 날아 들어갔다.연비가 깊은 물 속에서 노

는 재간은 비록 놀랄 만한 것은 못 된다고 하지만, 그대로 제법 견디어 낼 만한 실력을

지니고 있었다. 금강의 수면쯤은 헤엄쳐서 다니기란, 그에게는 그다지 대단한 노릇

이 아니었다.그는 마치 물고기 한 마리가 물 속으로 몸을 감추듯, 굉장히 빠른 속도로

순식간에 중년 부인이 몸을 던진 강물 한복판까지 들고 들어갔다. 그러나 연비가 강물

한복판으로 뚫고 들어갔을 때에는, 물에 몸을 던진 부인은 이삼 장쯤 떨어진 먼 거리

에 있었다.부인의 얼굴이 별안간 수면 위로 불끈 솟아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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