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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가 죽어도 한이 없겠는데‥‥‥‥”이렇게 여기저기서 수군대는 말소리들은, 너무나

낮은 음성이어서, 보통 사람의 청각의 힘으로는 들릴 둥 말 둥한 것이었다.무술의 특

출한 단련을 받은 소세옥만은, 비범한 청각의 힘으로 그들의 수군대는 말을 알아들

을 수 있었지만, 횐 옷의 아가씨는 그것을 듣지 못했다.미모의 아가씨는 소세옥의 바

로 옆에 자리잡고 앉자마자 곧 술과 안주를 시켰다.먼저, 곁눈질을 해서 소세옥에게

추파를 던졌다.아가씨는 듣는 사람들의 구곡 간장이 녹을 것만 같이 간드러진 음성으

로 또 한바탕 깔깔대고 웃었다.그리고 감기 든 사람의 코먹은 음성같이 나지막한 비

음(鼻音)으로 앙큼스럽게 물었다.”선생께선 이 여인숙에 투숙하고 계신 분이신가요?”

꾀꼬리가 혓바닥을 날름거리는 것같이 상냥하고도 간지러운 음성. 얼굴만 요염하게

생긴 게 아니라, 음성까지 듣는 남자들을 으스러뜨릴 것만 같이 매력이 넘치는 아가씨.

소세옥은 일부러, 낮선 여자하고는 말 한 번 해본 일이 없는 시골뜨기 같은 표정을 하고

, 히죽이 웃으며 무뚝뚝한 대답을 한마디 했다.”그렇소!”아무 관심도 없다는 듯, 고개를

천천히 수그려 버렸다.미모의 아가씨는 또 한 번 자지러지게 웃었다.”호호호‥‥‥ 여보세요

! 자기 집을 떠난 길손들은, 같은 배를 타고 강을 건너는 사람이나 마찬가진데‥‥‥ 서로 이

야기를 좀 하기로서니 그게 뭐 대단한 잘못이겠어요! 여보세요! 우리 심심한데 이야기나

좀 하십시다요.”소세옥은 묵묵히 생각했다.’굉장히 요사스럽고 음탕한 계집이로구나! 흥!

나하고 맞닥뜨리게 된 것은, 아마 사람을 잘못 골라잡은 셈이 될걸!’천천히 고개를 쳐들고

점잖게 대답해 주었다.”맞았소! 소생 역시 집을 나선 길손의 몸이오! 하지만 아가씨와는

생면 부지의 사이니 무슨 이야기를 하겠소? 자고 이래로 선비란 예의 범절을 알아야 하

고, 자중할 줄 알아야 하는 법이오!””남녀 칠세 부동석(男女七歲不同席)인가요? 예의에

어긋나는 말은 하지도 말고, 예의에 어긋나는 일이면 사람과 친하지도 말란 말씀이죠?

그렇죠?”말을 마치고도, 아가씨는 추호도 부끄러워하는 기색이 없이, 연방 깔깔대고 호

들갑스럽게 웃기만 했다. 한참을 웃더니 또 앙큼스런 소리를 납죽납죽 기탄 없이 던졌다.

“여보세요? 정말 글밖에 모르시는 벽창호, 책벌레시군요! 한자리에 앉은 사람들끼리 서로

이야기 좀 하기로서니, 그게 뭐 어쨌다는 거예요? 집을 나선 길손들끼리 그런 걸 따져 뭘

해요? 아, 참! 그렇죠? 선생께선 어떤 성인(聖人)의 문하생 같아 뵈시니까‥‥‥ 하지만, 공

자 같은 성현께서도 왕년에는 필요에 따라서는, 춘추 시대 송나라 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