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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여멀쑥하고 푸르스름한 데다가, 주름살이 거미줄처럼 얽힌 얼굴을 번쩍 쳐들고 생끗

웃었다.”여보, 영 형(岺兄)! 어젯밤에 나타났던 그자가 무슨 천하제일방의 은화사자라던

가? 듣자니 철장추혼(鐵掌追魂)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자라며? 그자가 도리어 우리 영

형에게 혼이 나서 뺑소니를 쳐버렸으니 ‥‥”뒤따라 가는 푸른빛 도포를 입은 노인이 의기

양양하게 웃었다.”핫! 핫! 핫! 그게 뭐 대단한 일이겠소! 만약에 천하제일방의 체면이란 것

을 다소나마 생각해 줬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그따위 후배 한 놈쯤은 내 절대

로 용서하지 않았겠지만‥‥‥‥”앞장선 노인이 또 웃는 낯으로 말했다.”허비란 놈도 미친놈

이야! 우리는 닭 한 마리를 잡더라도 원숭이 좋은 일을 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는 법인

데‥‥‥‥ 그러나 듣자니 무영객이란 자의 무술 재간은 오묘 불가사의하다던 걸! 그렇지 않

다면야, 일견사 허비 같은 고수급 인물이 그자의 앞잡이 노릇을 할 리 있겠소? 그러니까

우리는 행동을 특별히 근신하고 절대로 우리 청성파(靑城派)가 먼저 놈들과 원한을 맺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오!””옳은 말이오!”뒤따르는 노인이 간단히 대답을 해놓고 한참 있

다가 다음 말을 계속했다.”그래서 우리는 어젯밤에 털끝 만한 흔적도 남겨 놓지 않은 게

지 뭐요! 하지만 한 가지 유감스런 점은‥‥‥‥””뭣이 유감스런 점이 있단 말이오?””우리는

이번 일을 소림파(少林派)나 혹은 무당파(武當派)의 소행인 것처럼 허비로 하여금 오해하

게 해서, 놈들끼리 사생 결단을 하고 실컷 싸우고 난 다음에, 놈들이 모두 기진 맥진했을

때‥‥‥ 헤헤헤‥‥‥ 그때 우리 청성파가 다시 나타나면 물에 빠진 개 한 마리 때려 잡기보

다도 일은 수월하게 끝장낼 수 있었을 것을‥‥‥‥””맞았소! 영 형의 의견이 그럴 듯하오

만‥‥‥‥””한 형(韓兄) ! 무슨 딴 좋은 의견이라도 있으시오?””내 생각 같아서는 우선 화근

을 화산파(華山派)의 매소천(梅嘯天)이란 자에게 전가시켜 버리는 게 좋겠소! 영 형! 며

칠 전날 밤에 그자의 미친 듯이 날뛰는 꼴을 보지 않았소? 나는 생각만 해도 울화가 치

밀어서 못 살 지경이오.”이때, 두 노인은 이미 계곡 어귀까지 걸어 들어섰다.앞장서서

가던 노인이 돌연 걸음을 멈추었다. 고개를 돌리고 사방을 휘둘러 보더니 나지막한 음

성으로 넌지시 말했다.”우리 도련님께서 오늘 새벽에 여기 도착한다고 하셨는데, 오셨

는지 모르겠는걸!”뒤따라 오던 푸른빛 도포의 노인이 또 말했다.”아직 도착하지 않으

신 것 같은데! 시간이 일곱 시도 못 되었으니까‥‥”말을 끝내자마자, 뒤따르던 푸른빛

도포의 노인은 홱 몸을 돌리며 벽력같이 호통을 쳤다.”어떤 놈이냐?”앞장서서 가던 노

인의 푸른빛 도포 자락이 훌쩍 휘날렸다. 날쌘 동작으로 뒤따라 오던 노인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계곡 어귀를 가로막고 섰다.그의 얼굴은 극도의 놀라움과 긴장으로 일

그러질 것만 같았다.”영 형 ! 분명히 인기척 소리를 들었지?””음! 빨리 찾아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