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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깜짝할 사이에, 몇 줄기 사람의 그림자가 계곡 어귀에 우뚝 내려섰다.맨 먼저 내려

선 사람은 바로 청성파 본파(本派)의 두령으로 세상사람들이 섬전경뢰(閃電驚雷)라 일

컫는 구양흔(歐陽欣)이었다. 나이는 불과 마흔을 좀 넘은 듯, 두 눈이 날카롭게 번쩍거

리며 푸른빛 도포로 몸을 감았는데, 자못 위풍 당당한 모습이었다.그의 신변에는 역시

푸른빛 옷을 입은 소동(小童) 둘이 서 있다. 소위 청성이소(靑城二小)라고 하는 유명한

소년들이었다.왼편에 서 있는 소년은 나운(拏雲)이라 불렀고, 오른편 가에 서있는 소년

은 축월(逐月)이라고 블렀다.또 두령 구양흔의 뒤에는 두 괴물 노인들과 사대 호법사

중의 제일검 황웅과 제이검 칠풍이 서 있다.두령 구양흔이 나타나자 제삼검, 제사검 두

장정들은 정중하게 읍을 하고 물러섰다.섬전경뢰 구양흔은 날카로운 눈초리를 그야말로

번갯불처럼 굴려서 단숨에 사방을 훑어보고 계곡 어귀까지 살펴봤다.쩌렁쩌렁 울리는

위엄 있는 음성으로 힐문을 했다.”그대들은 어떤 인물을 발견했다는 건가?”제삼검 주

정이 정중하게 또 한 번 읍을 하고 대답했다.”소생들 호법(護法)이 무능하와, 여기 나

타났던 자의 종적은 찾아내지 못하였삽고, 그자가 바윗돌 위에 새겨 놓은 글자만 발

견했습니다!”말을 하면서, 바로 앞에 바라다 보이는 큼직한 바윗돌을 손을 높이 쳐들

어서 가리켰다.계곡 속으로부터 걸어 나온 사람은 바윗돌 위에 걸음을 멈추고 섰기 때

문에, 바윗돌 위에 새겨져 있는 글자를 아직도 보지 못했다.구양흔은 부하의 보고를 받

자, 몸을 전광 석화같이 날려 단숨에 제삼검과 제사검이 서 있는 곳으로 번쩍하고 달

려들었다.시선이 그 푸른빛 큼직한 바윗돌 위에 새겨진 글자 위에 꽂히자, 불길이 활활

타오르듯 무시무시한 광채를 발사했고, 얼굴이 금방 일그러질 것 같은 괴상한 표정을

했다.그러나 구양흔은 역시 일파의 두령이요, 대표자였다. 청성파라는 명성을 위해서

위엄을 지키지 않을 수 없었다.마음속으로는 극도의 불안과 공포를 느끼면서도, 한 번

놀랐던 안색을 즉시 회복하고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는 듯, 얼굴에 위풍 당당한 기색

을 다시 드러내며 억지로 마음을 진정시키고 호탕하게 웃어젖혔다.”핫! 핫! 핫! 그대들

은 이 대단치도 않은 몇 자의 글씨를 발견하고, 대경 실색해서 우리 파(派)의 특별 비상

신호인 적색 신호(赤色信號)를 발사했단 말인가?”청성사검들은 두령이 화를 내고 꾸지

람을 하는지라, 겁을 집어먹고 한 발자국을 선뜻 뒤로 물러서서 허리를 굽혀 정중하게

읍을 했다.이구 동성으로 일제히 말했다.”저희들 사검이 경솔한 탓으로, 사태가 매우 엄중

하다 판단하옵고 이런 실수를 저질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