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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러 나갔다.결국, 두 사람이 서 있는 곳과 복면한 사나이가 나자빠져 있는 곳과는 삼각형으로

금을 그을 수 있는 형세가 되어 버렸다. 각각 필요한 물건을 손에 넣으려면, 꼭 같이 십여 장이

나 거리가 떨어져 있는지라, 지풍(指風)이건 독침(毒針)이건, 어떤 것도 상대방을 졸지에 공격

하기 어려운 입장에 놓여진 셈이다.일견사는 오늘 밤에, 정말 어쩔 수 없는 형편 때문에 선선히

약속을 이행하고 있기는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봉랑자를 당장 잡아 삼키고 싶도록 미워하고

있었다.”헤헤헤! 어디 두고 보자! 내 상처가 완쾌된 다음에는 제일 먼저 네년부터 깨끗이 없애

버리고 말 테니 ‥‥‥”마침내, 일견사는 품속으로부터 그 조그만 약병을 꺼내서 땅바닥에 놓았다.

봉랑자는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용히 냄새를 맡아 보고 그것이 해독제임에 틀림 없음을 확인했

다.그제서야 간드러지게 웃으며 말했다.”됐어 ! 그럼 행동을 개시합시다!”두 사람이 꼭 같이 순

식간에 몇 장인지 몸을 날려 목적지로 달려가려고 했을 때였다.돌연, 누군지 고함을 지르는

소리가 들려 왔다.”이 녀석아! 네놈이 감히 나의 천기부록을 살짝 빼앗아 가지고 달아나다니?

나는 네놈을 저승까지 쫓아가서라도 용서할 수 없다!”고함 소리와 함께 언덕 아래로부터 얼굴

이 시커먼 청년 하나가 헐레벌떡거리며 뛰어 올라왔는데, 그는 손에 한 권의 조그만 책자를 들

고 숨이 막힐 듯 필사적으로 뺑소니를 치고 있었다.얼굴이 시커먼 청년의 뒤로는 어떤 사람

하나가 기를 쓰고 쫓아오고 있었다.광대뼈가 불쑥 나온 네모진 얼굴에 끝이 축 내려간 여덟

팔자 눈썹.염소 같은 수염을 바람에 휘날리며, 손에는 조그만 약 상자를 들고 있는 사람.그는

바로 서기(西欺) 주총(朱聰)이었다.얼굴이 시커먼 청년은 뺑소니를 치면서 소리를 질렀다.”선

생께서도 남의 물건을 속임수를 쓰셔서 빼앗아 내셨는데, 그것을 저라고 못 빼앗을 리야 없

잖습니까?”일견사 허비와 봉랑자는 그 광경을 보자 깜짝 놀라서 두 눈이 휘둥그래졌다.

두 사람은 꼭 같이 천기부록을 서기가 손에 넣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므로, 별안간

나타난 광경을 믿지 않을 수 없었다.얼굴이 시커먼 청년은 돌연 걸음을 멈추고 섰다.그가

있는 곳은 복면을 한 사나이가 나자빠져 있는 곳과는 반대 방향이었다. 즉, 일견사 허비와

봉랑자는 공교롭게도 그 청년과 복면한 사나이의 중간에 서 있게 되었다.얼굴이 시커먼 청

년은 앞에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자 어리둥절했다. 뒤쫓아오는 서기와의 거리는 아직

도 십여 장 이상이나 떨어져 있었다.얼굴이 시커먼 청년은 손에 들고 있는 천기부록을 높

이 쳐들어 보이더니 당황해서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