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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을 지키고 있는 늙은이와 단둘이서 만나고 있던 여자가 바로 할멈이었지?”

“뭐 ?” 거지 할멈은 깜짝 놀라서 외마디 소리를 지르며 선뜻 뒤로 물러섰다. 자운

아가씨는 또 한 번 싸늘하게 웃었다. “흐흐흐흥! 엊그제 밤에 성황묘에서 할멈은 저

금환사자라는 거지의 뒤를 밟아다니고 있었지?” 거지 할멈은 오싹하고 몸을 떨었

다. 너무나 놀랍다는 기색이었다. 그제서야 입을 열었다. “금환사자라뇨? 아가씨가

말씀하시는 건 바로 그 왼팔에 금팔찌를 끼고 있던 그 사람 말인가요?” “그래 바로

맞았어!” 자운 아가씨는 또 한 번 매서운 음성으로 추궁했다. “할멈은 그 사람을 보

지 못했을 리는 없겠지?” 이 한마디 말에 거지 할멈은 더한층 놀람을 금치 못하는 모

양이었다. 별안간 수그렸던 고개를 번쩍 쳐들었다. 힘없는 눈초리였으나, 그 속에는

분명히 어떤 극도의 실망과 고통이 서리어 있음을 숨길 수없었다. 이 순간에 자운

아가씨는 거지 할멈의 얼굴을 눈앞에 놓고 똑똑히 볼 수 있었다. 거지 할멈은 시커멓

고 지저분한 얼굴에 이마, 눈 귀퉁이, 그리고 입술 언저리가 온통 주름살 투성이였다.

나이는 오십 세 전후쯤 되어 보였다. 자운 아가씨는 또 한 번 코웃음을 쳤다.

“흥! 그 사람은 바로 천하제일방의 금환사자였지 ! 나는 그 사람이 다른 은화사자에

게 죽음의 명령을 내리는 것을 똑똑히 보았단 말야.” 거지 할멈은 연방 소스라쳐 놀라

며, 한 발자국을 선뜻 뒤로 물러섰다. 한동안 뭣인지 곰곰 생각하다가 혼자말처럼 중

얼중얼했다. “아! 그러면 역시 그 청년이 아니었군! 십오 년 동안이나 약삭빠르게, 그리고

온갖 고생을 겪고 살아온 그 청년이 자기의 갈 길을 잘못 들었을 리 없지. 그리구 또 첫째

그 청년의 얼굴과는 아주 딴판이어서‥‥‥” 자운 아가씨는 대뜸 한 걸음을 앞으로 다가섰다.

매서운 음성으로 소리를 발칵 질렀다. “할멈은 도대체 누구야? 그리고 그 청년이란

누구를 말하는 거야?” 거지 할멈은 또 한 번 전신을 오싹 떨면서 깜짝 놀랐다. 그제서야

자기 자신이 부지중 어떤 비밀을 누설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그리고 우물쭈물, 어물쩍해 넘기려고 했다. “이 늙은 것은 어떤 사람을 잘못

알아본 것뿐입니다. 아가씨!” 자운 아가씨는 매정스럽고 앙칼진 음성으로 냉소했다.

“흐흐흥! 할멈은 그 사람이 바로 마생이나 아닌가 하고 의심했다는 거지?” “마생

이라뇨?” 거지 할멈의 눈동자 속에는 분명히 극도의 놀람이 서리었다. 숨소리까지 씨근

씨근 가빠지면서 얼른 그것을 부인해 버렸다. “천만에요! 아가씨! 이 늙은 것은 마생이 누

군지, 뭣하는 사람인지 전혀 모릅니다! 단지 어떤 사람을 딴사람인 줄 잘못 알았다는 것

뿐입니다!” 거지 할멈이 이렇게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 당황해서 어쩔 줄 모

르는 태도나 기색에서 자운 아가씨는 십중 팔구 틀림없다는 짐작이 갔다. 단지 한 가지

의 수수께끼는 이 거지 할멈이 과연 누구냐? 또 뭣 때문에 마생을 찾고 있느냐는 점이었

다. 그러나 거지 할멈이 바로 마생을 찾아다니고 있다는 점만은 확실한 사실이라고 단정

했다. 또 그것이 어떤 악의에서 나온 행동이 아니라는 점도 파악할 수 있었다. 자운 아

가씨는 긴 한숨을 가볍게 내쉬었다. “할멈 ! 겁낼 것은 없단 말야! 내가 비록 봉명장에

살고 있는 여자라고는 하지만, 절대로 그 청년에게 불리한 짓은 하지 않을 테니까. 만약

에 할멈이 바로 그 청년을 찾아다니고 있다면 숨길 것 없이 솔직히 그렇다고 말해

https://www.youtube.com/watch?v=Nl8MSkbjzR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