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했다. 더 큰 음성으로 호통을 쳤다.”여보게 ! 은진(銀塵)! 저 발칙한 젊은 놈을 냉큼 처치해

버리게!””네에!”금오방장의 등덜미에 서 있던 벽안승이 선뜻 대답을 하고 몸을 바람처럼 훌

쩍 날려, 단숨에 빈 터 한복판으로 나섰다.오른팔을 맹렬히 휘둘렀다. 쉭하는 소리와 함께,

말 한 마디도 없이 그의 신권(神拳)이라 일컫는 주먹을 마구 휘두르며 곧장 소세옥에게 덤벼

들었다.벽안승의 주먹에서는 쌩쌩하는 매서운 쇳소리가 나며 맹렬한 바람까지 뻗쳐 났다.

그 위력이 무시무시하기 비길 데 없었다.소세옥은 애당초부터 준수하게 생긴 선비 차림으로

변장을 하고있었기 때문에, 억지로라도 그런 태도로 끝까지 버티어 볼 결심을 했다.마치 대각

사 일파의 소위 팔괘신권(八卦神拳)이란 수법이 얼마나 무섭다는 것을 전혀 알 바 없다는 듯,

여전히 부채질만 휘적휘적하면서 더한층 점잖게 말했다.”군자란 무슨 일이나 말로 하는 법이

지, 손을 쓰지 않는 법이오. 칼만 있으면 뽑아 들려는 것은 소위 필부지용(匹夫之勇)에 속하

는 것이고 성인(聖人)의 할 바가 아닙니다.”소세옥이 이렇게 빈정대는 말을 하고 있을 때, 그

의 신변 가까이에 있던 화호 유사고는, 팔괘신권이란 수법이 얼마나 무시무시한 것인가를 재

빨리 알아차렸는지라, 아리따운 얼굴이 갑자기 백지장처럼 창백해졌다.어찌나 당황했던지

소세옥이 신영절학(神瑛絶學)을 몸에 지니고있다는 사실도 깜빡 잊어버리고 자지러질 듯이

소리를 질렀다.”빨리 몸을 피하세요! 이건 팔괘신권이라는 무시무시한 권풍(拳風)이에요.”

소리를 지르면서 그 연약한 팔에 있는 힘을 다해서, 닥쳐드는 권풍을 밀쳐 보려고 했지만,

아가씨의 힘으론 이것은 요지 부동이었다.그 무시무시한 권풍이 소세옥의 신변에서 한 자밖

에 떨어지지 않은 가까운 거리까지 육박해 들어갔을 때, 돌연 누군지 벌컥 소리를 질렀다.

“무량불(無量佛) 벽안승! 불도를 닦는 화상의 몸으로 어찌 함부로 손을 써서 죄 없는 사람을

죽이려 든단 말이오?”그 음성과 함께 난데없이 어디선지 거세고 억센 일진(一陣)의 바람이

뻗쳐 나더니, 그 무시무시한 권풍을 사면 팔방으로 흩어 버리고 말았다.벽안승도 비칠비칠

하면서 몇 발자국인지 뒤로 물러서지 않을 수 없었다.소세옥은 두 눈을 똑바로 뜨고 살펴봤

다. 왼편에 서서 등에 도목검(桃木劍)을 메고 있던 늙은 도사가, 여전히 처음 섰던 자리에 꼼

짝달싹도 하지 않고 선 채, 손에 잡고 있는 총채를 곧장 아래로 천천히 내리치고 있었다.

그것만으로 벽안승의 권풍을 흩어 버린 것이었다.소세옥은 내심 탄복하여 마지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