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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백 아가씨도 한바탕 자지러지게 깔깔대고 웃었다.”오호호호 호호! 이 문제에 관해

서는 노인께서도 잠시 참고 견디시는 게 좋을 거예요! 우리 방주님의 성미를 잘 아

시면서 ‥‥‥‥”방주란 말이 한 번 나오자, 하늘이 높은 줄 모르고 우쭐대던 일견사라

는 노인도, 왜 그런지 움찔하고 풀이 죽지 않을 수 없는 모양이었다”흥! “두 눈을 아

래로 깔고 가볍게 코웃음을 칠 뿐, 다른 말을 더 하지 않았다.자운 아가씨는 일견사

허비가 자기의 존재를 알은 체하지 않는 것이 도리어 다행이다 싶어서 적이 마음을

놓았다.한편, 홍백 아가씨가 자기를 모른 척하는 것은 반드시 허비라는 이 괴상한

늙은 괴물을 꺼려서 그런다는 눈치도 알아챌 수 있었다.이편에서 먼저 자진해서 그

들을 알은 체할 필요가 없다 생각하고, 잠자코 식사를 끝내면서 내심 생각했다.

‘이런 시비 곡절이 많은 곳에서는 빨리 자리를 뜨는 것이 상책이다. 이따위 시시한

일을 내가 알은 체해서 뭣하랴?’자운 아가씨가 음식 값을 치러 주고 막 몸을 일으켜

자리를 뜨려고 하는 바로 그 순간이었다.홀연, 소름 끼치도록 싸늘한 냉소 소리가

들려 왔다.”흐흥! 이 계집애 ! 꼼짝 말고 거기 앉아 있어 !”자운 아가씨는 깜짝 놀랐

다. 홱 고개를 그편으로 돌렸다.일견사 허비의 소름 끼치도록 매서운 눈초리와 아

가씨의 시선이 번갯불처럼 마주쳤다.아가씨는 전신을 오싹 떨었다. 분단장을 곱게

한 아가씨의 얼굴은 침통한 표정으로 변했다. 뭐라고 한 마디 쏘아 주려고 했다.

이때, 일견사 허비의 신변 가까이 앉아 있던 홍백 아가씨가 깔깔대며 경쾌한 웃

음소리를 터뜨렸다.”알고 보니까 바로 정씨댁 아가씨였군! 정말 실례했어 ! 난 이

야기에만 정신이 팔려서 아가씨가 여기 들어온 줄도 모르고 있었으니‥‥””흐흥!”

일견사 허비라는 괴상한 노인은 또 한 번 끔찍스런 코웃음을 터뜨렸다. 그것은

홍백 아가씨가 자운 아가씨의 입장을 어물쩍해서 넘겨버리려는 마음에도 없는

말을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시이기도 했다.사실 이 순간의 홍백 아가씨의 말

은 어떤 사람이 듣는다 해도, 자운 아가씨의 입장을 감싸 주려는 눈치임이 숨길

수 없는 것이었다. 자운 아가씨의 선녀처럼 아리따운 모습은 그만두고라도, 일개

젊은 아가씨가 보랏빛 의상으로 몸차림을 가뜬히 했고, 등에도 역시 보랏빛 보검

을 메고 있는데, 이렇게 유난히 사람의 시선을 끄는 특수한 아가씨가 음식점 안에

들어서는 것을 홍백 아가씨가 보지 못했을 리 없었다.홍백 아가씨는 일견사 허비가

자기의 어물쩍해 치우려는 태도를 눈치챘다는 것을 간파하고도, 여전히 아무 것

도 모르는 척 태연 자약하게 자운 아가씨에게 손을 흔들었다.”아가씨! 어서 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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