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짓말이라고만 생각할 수는 없었다. 또 한편으로는, 이 자리에 나타난 인물들은 너나 할 것 없

이 저마다 고수로 자처하고, 각자가 대단한 우월감을 지니고 있다.누구나 똑같이 자기 자신이

사람을 보는 날카로운 안목에 자신이 만만했다. 제아무리 속임수를 잘 쓰기로 천하에 유명한

서기 주총이라 할지라도, 감히 자기만은 속이지 못하리라는 자부심을 저마다 똑같이 지니고

있다.소세옥은 이런 눈치를 재빨리 알아챘다. 또 한 번 귀공자다운 체를 하면서, 점잖게 부채

질을 하고 위엄 있는 말투로 서서히 입을 열었다.”이 마양이란 고장은 왕법(王法)으로써 통치

하는 땅이오. 흥! 누구든지 이 도련님에게 불손하게 굴 때에는, 나는 당장 현의 아문으로 잡

아다가 그 죄를 다스릴 것이오.”말을 마치자 활짝 펼쳤던 합죽선을 드윽하고 단숨에 접어서

손에 들고, 서너 번을 빙글빙글 돌렸다. 그리고 고개마저 좌우로 흔들흔들.그 뻐기고 으쓱대

는 품이 세상이 뭔지도 모르는 천둥 벌거숭이 – 얼마나 위험한 자리에 자기가 와 있는지도

전혀 모르는 철부지 도련님의 태도였다.소림파 양심원에서 왔다는 두 장로 가운데서, 천범

선사(天梵禪師)라는 화상이 입을 열었다.”이봐! 쓸데없는 소리는 그만두세. 서기 주총! 천기

부록은 분명히 자네 수중에 있지?”서기는 도저히 여러 사람을 속여 넘길 수 없다고 체념했

다. 고개를 끄덕이며 솔직히 대답했다.”그렇습니다. 나는 조삼도의 수중에서 속임수를 써서

이 책자를 살짝 훔쳐냈습니다만, 그건, 그건‥‥‥ 단지, 단지‥‥‥‥”청성파 이괴(二怪) 중의 하

나라는 흑수노괴(黑手老怪) 진항(陣恒)이 그 말을 듣더니 껄껄대고 호탕하게 웃어 젖혔다.

백설같이 희고 긴 수염이 밤바람에 멋들어지게 휘날리는 품이, 외관상으로는 덕망이 지극

히 높은 점잖은 노인 같아 보였다.그는 별안간 몸을 허공으로 불쑥 솟구쳐 올렸다. 다짜고

짜로 서기일행 세 사람이 서 있는 곳을 향하여 비호같이 날아들었다.몸이 땅 위에 내려

서기 전에, 허공에 뜬 채로 그는 두 손을 홱 뿌렸다.시커먼 광채가 줄기줄기 뻗쳐 났다.

그는 한 팔을 등 뒤로 돌려 빙글빙글 휘둘러서 자신을 보호하면서, 다른 한 손으로는

서기의 치명적인 급소 기문혈(氣門穴)을 찌르려고 했다.청성파 두 괴물들의 무학은 본

래 기기 묘묘한 것이었고, 행동이 질풍같이 빨랐다. 졸지에 몸과 손을 쓰는 그의 행동

에, 다른 여러 사람들은 두 눈이 휘둥그래졌다.다른 여러 고수들은 덤벼들까 말까 망설

이고만 있었다.서기의 무술 재간이 비록 여기 나타난 고수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주 형편없는 것은 아니었다.서기는 두 어깨를 으쓱하

고 흔들흔들하는 순간 날쌔게도 몇 자 거리나 뒤로 몸을 뽑았다.그러나 결국 청성파

의 무술을 당해 낼 도리는 없었다.”우후후후 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