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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중해 준다는 생각을 가지고 계신다. 그렇기에 나는 맏이인데도 불구하고 가계를

책임져야 한다거나 집안을 꾸려나가야 한다는 책임감을 가지지 않아도 되었고, 그

점에 매우 감사해하고 있다.나의 이름, 세인(世人)은 세계 속의 사람이 되라고 할아버

지가 지어준 이름이라고 한다.그 이름에 따라 세계에 나가…기에 앞서 우리나라부터

돌아보자는 생각은 늘 가지고 있었지만, 그 생각이 구체적으로 형체를 가지기 시작

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앞에서 말했다시피, 나는 차기 가장으로서 집안을 이끌어

야 한다는 책임감 같은건 없다.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상황에 언제나

놓여졌다. 공부를 하기 싫으면 안 했고, 운동도 하다가 질리면 그만뒀다.한 번 시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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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은 끝까지 하라는 식의 이야기도 없이 나의 적성을 찾으면 된다는 말에 난 여러 가

지 방면에 호기심을 보였고, 금방 떨어져 나왔다.시간이 지나 대한민국에서 제일 불쌍

한 존재라는 고3 수험생이 되었을 때, 나는지금까지의 내 모습에 많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사회에 보다 가까워지는 곳, 대학에 가야 하는 수험생임에도 불구하고 미래에

관한 아무런 계획도 없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은 뭔가 잘못된 것이 아닐까?’내 친구

들과 비교해 봤을 떄, 나의 그런 생각은 기우가 아니었다. 내 친구들은확실한 미래계

획을 가지고 있었다.”나? 학교 졸업하면 군대 다녀와서 아버지 일을 이을 거야. 지금도

일을 배우고있긴 한데, 군대 가면 거의 다 잊어버릴 것 같아서 중단했어.””역시 군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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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지. 여차하면 그냥 거기에서 뿌리박으려고. 군대는 정말 최고의 철밥통 아니냐?”

“법대. 사법고시가 좀 힘들겠지만, 합격해서 법관이 될 거야.””소설가가 되고 싶어서

문예 창작과를 생각해보고 있어. 여러 대학을 알아보는중이야. 아, 그런데 세인이 너

는 뭐 할 거니?”나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거나 무엇을 할 거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

다 은근슬쩍대화 주제를 바꾸는 걸로 회피했다. 나에겐 아직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없기 때문이다.열아홉이나 되어서 하고 싶은 일을 제대로 정하지 못했다니, 나도 참

바보 같다는 생각밖엔 안 든다. 에휴.나는 대체 내가 왜 아무것도 정하지 못했는지,

그 원인을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그간의 인생이라고 하면 우습기 그지없지만, 아무튼

나에겐 진지한 문제라 어릴적의 철없는 실수까지도 꼼꼼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