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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운 아가씨는 소스라치듯 놀랐다.’홍백은 산형술(散形術)을 쓸 줄 아는 무서운 여자

구나!’두 눈이 휘둥그래졌을 때, 홍백 아가씨의 몸은 허공으로부터 바람처럼 사뿐히 땅

위에 내려섰다.새빨간 광채가 또다시 자운 아가씨의 눈앞에서 반짝했다.그와 꼭같은 찰나

에, 홍백 아가씨는 어느 틈엔지 자운 아가씨 앞에 태연히 우뚝 서서 생글생글 웃고 있었다.

더군다나 놀라운 사실은, 홍백 아가씨의 왼손가락 사이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금비녀 한

개가 쥐어져 있는 것이었다.물론 그 금비녀는 자운 아가씨의 것이었다.자운 아가씨는 대

경 실색하여 손으로 자기 머리를 더듬어 봤다.어느 틈엔지 흥백 아가씨는 신출 귀몰한 재

간으로 자운 아가씨의 머리에 꽂힌 금비녀까지 뽑아낸 것이었다.홍백 아가씨가 천마난무

(千魔亂舞)의 수법을 쓰며 손발을 자유 자재로 놀리고 훌훌 날아다녔을 때, 자기 금비녀

를 뽑아내는 것도 깨닫지 못하고 있었으니, 그때 홍백 아가씨가 모진 솜씨를 썼다면 자

운 아가씨는 홍백 아가씨의 손 끝에 목숨을 빼앗기지 않을 수 없었을것이다.자운 아가

씨는 자신도 모르게 아슬아슬한 고비를 넘긴 셈이었다.초가집 속으로부터 그 징글맞고

음침맞은 웃음소리가 또 터져 나왔다.”우후후후흥! 아가씨! 인제는 우리 천하제일방이 공

연히 허세만 부리고 뽐내며 사람을 속이는 무리들이 아니라는 걸 똑똑히 아셨겠지?”

자운 아가씨는 부끄러움을 못 이겨서 얼굴이 온통 새빨개졌다.가슴이 두근두근, 숨소

리가 할딱할딱하면서도 대담하게 오른발로 땅바닥을 쿵하고 구르면서 소리를 질렀다

“뭣이 그다지 대단한 재간이라구요? 단지 한 가지 몸을 숨기고 형체를 나타내지 않는 괴

상 망측한 수법만을 가지시고 무예계를 쥐락펴락하실 수 있을 줄 아세요?””아가씨 ! 그

건 잘못된 생각이시오! “징글맞은 음성이 여전히 초가집 속에서 계속되었다.”일장(一掌),

일검(一劒)을 가지고 결사적으로 대결하는 것만이 무학의 오묘한 점인 줄 아시오? 어서

돌아가시오! 그리고 춘부장께 내 말을 전달이나 해주시오! 이 무영객이 봉명장 장주께서

우리 방에 가담하신다면 무조건 환영하겠다 하더라구. 이도 저도, 내 말에 응할 수 없다면

헤헤헤‥‥‥ 그때에는 무예계의 패자란 봉명장도, 또 우리 방도 모두 한꺼번에 옥석(玉石)을

가릴 것 없이 형체도 없어져버리게 될 것이라구. “이때, 옆에 서 있던 홍백 아가씨가 자운

아가씨에게 한편 눈을 찡긋해 보이며, 어떤 암시를 주고 웃는 낯으로 말했다.”아가씨 ! 이

건 우리 방주님의 특별하신 은전이에요. 다른 사람 같았다면 아가씨처럼 이렇게 온전한

몸으로 이 자리를 뜨지도 못했을 거예요. “자운 아가씨는 아니꼬와서 견딜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