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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기 장정들은 맡은 직책상, 어쩔 수 없이 배짱을 든든히 먹고, 불쑥 일어서며 소리를

벌컥 질렀다.”뭣하는 놈들이냐?”시커먼 괴물들은 여전히 눈동자를 몇 번인지 두리번두리

번 굴릴 뿐, 둘이서 피차간에 얼굴들을 쳐다보는 모양인데, 통 말이라고는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문지기 장정들은 시커먼 두 괴물들이 아무 대답도 없는지라, 그들이 과연 자

기편 사람인지 혹은 적인지 판단을 내릴 수 없었다.왼편에 서 있던 문지기 장정이 날쌔게 몸

을 날려 대문 가까이 가더니 굵직한 몽둥이 하나를 재빨리 움켜잡았다. 그리고 대문 뒤에

매달려 있는 조그마한 종을 힘을 다해서 연거푸 세 번이나 후려갈겼다.땡 ! 땡 ! 땡 !종소리

는 봉명장의 조용하던 공기를 갑자기 뒤흔들었다. 봉명루 위에서도 즉각에 종소리가 요란

스럽게 울렸다. 종소리가 끝나기 전에, 누런 광채가 번갯불처럼 번쩍하고 스쳐 갔다.봉명장

대문간에 벌써 한 사람이 바람처럼 날아들었다.그는 바로 곤륜황승이었다. 이날은 마침 그

가 순찰 당번의 책임을 맡은 날이었다. 곤륜황승은 땅바닥에 우뚝 내려서는 순간, 재빨리

대문 밖에 서 있는 두 괴상한 숯덩어리 같은 장정들을 노려봤다.그도 깜짝 놀랐다.무예계에서

그래도 선배축에 든다는 곤륜황승으로서도, 이 두 괴물들이 누군지를 분간할 수 없기 때문

이었다.이때, 봉명장 안은 별안간 발칵 뒤집혔다.사람들의 그림자가 이리저리 갈팡질팡했고,

사방 담 위에서, 여러 건물 지붕 꼭대기에서, 창칼의 서슬이 시퍼런 광채가 눈부시게 줄기

줄기 뻗쳐 났다.곤륜황승은 누런 비단으로 만든 가사(袈娑)를 등에 걸치고 있었다.그는 정

중하게 합장 배례하면서 입을 열었다.”나무 아미타불! 두 분 시주님께서는 뉘댁이신지 통성

명이나 하십시다.”두 흑색의 괴물들은 여전히 꼼짝도 하지 않았다. 허여멀건 눈동자를 몇 번

인지 빙글빙글 굴리면서, 피차간의 얼굴을 쳐다보고 있을 뿐이었다.바로 이 순간에, 봉명장

안으로부터 일곱 명의 은빛 옷을 입은 장정들이 대문간으로 달려 나왔다. 그들은 봉명장의

장백칠웅들이었다.또 일곱 명의 장정들의 뒤로는 새외장인(塞外長人)이 어깨를 좌우로 건들

건들하면서 자못 거만스럽게 따라 나왔다.여덟 사람은 죽 한일자로 나란히 서서 봉명장 대

문 안을 가로막고 섰다.장백칠웅 일곱 명은 저마다 손에 폭이 넓고 길쭉한 칼을 한 자루씩 움

켜잡고 있었다. 서슬이 시퍼런 칼날에서는 광채가 번쩍번쩍 태양 광선에 반사되어 보는

사람의 간담을 써늘하게 했다.새외장인은 두 손에 아무 것도 든 것이 없었다. 기다랗고 굵

직한 두 팔에는 아무 것도 걸친 게 없고, 한 치나 돼 보이는 누런 털이 수북하게 돋쳐 있다.

마치 사람의 몸에 원숭이의 긴 팔이 달려 있는 듯, 역시 보는 사람을 소름 끼치게 했다.

여덟 사람이 떡 버티고 서자마자, 봉명장 안으로부터 새빨간 옷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