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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소리는 딱 그쳤다.그리고 여전히 괴상한 음성이 초가집 속으로부터 들려 나오는 것

같았다.”철패사자들의 사죄(死罪)를 이번만은 용서해 준다!”열 명의 흑의인들은 자기네들

의 방주가 이 아슬아슬한 고비에 돌연 나타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참형에 처

하게 되어서 죽게 될 줄만 알았던 열 명의 생명들은 와들와들 떨고 있다가 ‘사죄를 용서

한다’는 한마디를 듣자, 천황에게 특사의 은전이라도 입은 죄수들같이 이마를 땅바닥에

조아리며 이구동성으로 소리쳤다.”방주님의 특별하신 은전에 감격하여 마지않사옵니다!”

초가집 속으로부터 또 징글맞은 음성이 연거푸 들려 나왔다. 듣는 사람의 모골이 송연할

정도로 음침맞고, 서슬이 시퍼런 음성이었다.”거기 있는 아가씨는 누구냐?”홍백 아가씨가

허리를 굽혀 읍을 하면서 대답했다.”봉명장의 정씨댁 아가씨입니다.”초가집 속으로부터

또다시 통쾌하게 웃어대는 소리가 들렸다.”와하하 핫 핫 핫.””정 장주(丁莊主)의 천금같이

귀중하신 따님이 여기 뭣하러 나타나셨다는 거냐?”홍백 아가씨는 입장이 심히 난처한 모

양이었다.그러나 방주 앞에서 거짓말을 할 수도 없는지라, 솔직하게 고백했다.”이 취우사

자는 방주님의 명령을 받들고, 오 년 전에 봉명장에서 도주한 마생이란 청년의 종적을 탐

지하려고 나섰다가, 오늘 아침 소원에서 과히 멀지 않은 곳에서 형적이 심히 수상쩍은 청

년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그 청년은 어떤 사람의 기독에 중독이 되었는지는 알 수 없사오

나, 인사 불성이 되어서 졸도해 있었습니다. 이 취우사자는 그를 이곳까지 납치해 왔사오

나, 과연 방주님께서 필요하신 인물인지 판단을 내리기 어렵사와, 아뢰기는 죄송하오나

정씨댁 아가씨를 모셔다가 그 인물을 확인해 볼 작정이었습니다.””흐음? 그래?”

그 음성은 준엄할 뿐더러 소름이 끼칠 정도로 무서운 위엄을 지니고 있었다.”그래서 확

인을 했단 말이냐! 바로 그 청년이었느냐?”홍백 아가씨는 전신이 오싹 떨렸다. 있는 용

기를 다해서 간신히 대답했다.”이 취우사자가 정씨댁 아가씨를 모시고 왔을 때에는, 이

미 그 인물은 어떤 사람에게 구출되어서 도주하고 없었습니다! “”그 인물을 감시하고 있

결하도록 해라!””그 청년을 구출해 냈다는 사람은 누구냐?””이 취우사자가 직무에 태만하

여 아무런 단서도 잡아내지 못하였사오니, 방주님께서 적당히 처분하시기만 바라옵니다.”

홍백 아가씨의 음성은 몹시 부자연스러웠다. 황공해서 어쩔 줄 모른다는 태도였다. 마치 이

방주란 사람의 음성은 신성 불가침의 위력을 지니고 있어서, 오직 한 마디로써 결단을 내리

면 홍백 아가씨같은 고수급 인물도 죽음을 면치 못한다는 것 같았다.그러나 뉘 알았으랴.

그 징글맞은 음성이 음침맞게 낄낄 낄낄 웃더니 다음 같은 말을 할 줄이야.”홍백 아가씨만

은 면죄다!”홍백 아가씨는 그 음성을 듣자 즉각에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죽다가 다시 살아

난 사람같이 기뻐서 어쩔 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