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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있지만, 자기자신이 음식점 안으로 들어섰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을 리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하물며 자기의 몸차림이 누구의 눈에나 얼른 띄기 쉽게 되어 있는

데 만약에 그대로 뒷걸음질을 쳐서 나와 버린다면 도리어 상대방에 수상쩍은 태도를 보

이고 멸시를 당할 것만 같았다.자운 아가씨는 마음을 앙칼지게 먹고 하얀 이빨로 아랫입

술을 지그시 깨물었다.’겁낼 게 뭐냐? 화가 되건, 복이 되건 맞닥뜨려 보는 수밖에 없다.’

자운 아가씨는 자못 점잖은 걸음걸이로 뚜벅뚜벅 안으로 걸어 들어가서 문간에서 제일 가

까운 곳에 놓여 있는 한군데 식탁에 자리잡고 앉았다.얼굴을 음식점 대문 밖으로 향하고

곁눈질을 해서 삐쩍 마른 노인의 일거 일동을 살피면서, 내심 어떤 방비책을 생각하고 있

었다.’삼기들이 당장에 이곳으로 달려와 주기만 한다면 우리 네 사람의 힘을 합쳐서 저따

위 늙은이 하나쯤야 감당하지 못할 리가 있으랴.’자운 아가씨가 자리에 앉자마자, 음식

점 심부름꾼 녀석이 재빨리 앞에 와서 우뚝 섰다.아가씨는 닥치는 대로 음식 몇 가지를

시켜 가지고 혼자서 먹고있었다. 날카로운 눈초리가 초조하게 음식점 대문 밖만 노려보

았다.삐쩍 마른 노인의 간사스런 웃음소리가 자운 아가씨의 귓전을 스쳤다.”해해해‥‥‥해

해. 정말 알 수 없는 일이거든! “”뭣이 알 수 없는 일이란 말씀인가요?”홍백 아가씨가 슬

쩍 곁눈질을 해서 자운 아가씨의 동정을 훔쳐 보면서, 노인의 말에 이렇게 반문했다.

삐쩍 마른 노인은 그제서야 고개를 쳐들고 두 눈을 똑바로 떴다. 콩알만큼이나 조그마

한 눈동자에서 전광(電光)같이 날카로운 광채가 반짝반짝 뻗쳐 나왔다.홍백 아가씨를

노려보면서 또 말했다.”내 말은 우리 방주님 말이오! “”그건 무슨 까닭인가요?””흥! 그래

, 우리 방에는 부방주(副幇主)가 될 만한 인재가 하나도 없단 말이오?”말투가 불평불만

이 극도에 달해 있는 것 같았다.”네에 ! 바로 그 문제 말씀이시군요?”홍백 아가씨는 우선

이렇게 한 마디를 해놓고 화사하게 웃으면서 다음 말을 했다.”그러게 말이죠! 가령 말

하자면 바로 노인 같으신 분도 계신데‥‥”홍백 아가씨가 말을 끝내기를 기다리지도 않고,

삐쩍 마른 노인이 또 마음에도 없는 간사스런 웃음소리를 터뜨렸다.”해해해. 굳이 이런 문

제를 꺼내기는 싫지만 말이 났으니 말이지 나는 정기봉이란 작자가 뭐 그다지 대단한 인

자운 아가씨는 그 말을 듣자 전신이 오싹 떨렸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곁눈질을 해서 그 삐쩍

마른 노인의 얼굴을 유심히 노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