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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부로 까불지 마라!”그는 물 위에 배를 깔고, 쏜살같이 돌진해 나가면서 호통을 쳤다. 오른

손에 잡고 있는 큼직한 종굴박으로 강물 위를 푹 찔렸다. 종굴박이 떠오르는 힘을 빌려 몸을

떼굴떼굴 두 번이나 굴렸다.이러는 동안에 그의 몸뚱이는 벌써 일 장 거리나 힘 안 들이고 밀

려 나갔다. 그리고 계속해서 속도를 조금도 늦추지 않고 그대로 쭉쭉 단숨에 몇 장씩 돌진

했다.이제는 서기가 타고 있는 조그만 나룻배와 걸인 도사와의 거리는 불과 일 장밖에 떨어

지지 않게 되었다. 그가 한 번만 더 힘을 쓰면 단숨에 서기의 나룻배 위로 덤벼들 수 있는 순

간이었다.봉랑자의 몸은 그때까지도 허공에 떠 있었다. 걸인 도사처럼 물위로 내려앉을 생각

도 없었고, 그렇게 한댔자 이미 걸인 도사를 쫓아갈 도리는 없었다.그러나 이만한 일에 겁을

집어먹거나 풀이 죽을 봉랑자는 아니었다.몸이 허공에 뜬 채, 또 한 번 독기가 가득한 뾰족

한 음성으로 악을 썼다.”저런 비렁뱅이 늙은 것이 ! 어디 좀더 혼이 나 봐야 알겠느냐?”팍! 팍!

굉장한 음향이 연거푸 일어났다. 봉랑자의 두 겨드랑이 밑에서는, 기다랗고 하얀 비단 폭이

펄렁펄렁 휘날리기 시작했다. 그것은 마치 별안간에 사람에게 날개가 돋치는 것 같았다.

쌩! 쌩!무서운 음향을 연발하면서 펄럭거리는 두 폭의 기다란 비단 헝겊은, 마치 수천 수백

마리의 독벌떼가 사방으로 흩어져서 닥치는 대로 쏘아 대는 것 같았다.봉랑자는 무예계에서 오

독(五毒) 중의 하나로 손꼽히는 무시무시한 여자다. 걸인 도사와 같이 몸에 독특한 이학 기술(

異學奇術)을 지닌 노인도, 이 여자 앞에서는 섣불리 굴지를 못했다. 봉랑자의 무학이란 것이

얼마나 신비스럽고 신출 귀몰한 것인지는 가히 추측할 수 있었다.봉랑자의 두 겨드랑이 밑에

서 횐 비단 폭이 뻗쳐 나서 펄럭펄럭 휘날리는 것은, 바로 봉비(蜂飛)라고 일컫는 수법이었다.

몸이 허공에 뜬 채로 떨어지지 않고, 높은 곳에서 아래로 독침을 발사할 수 있는 기기 묘묘하

고도 무시무시한 수법이었다.미모의 젊은 여자와 괴상한 노인.두 사람은, 하나는 허공에 떠

서, 또 하나는 물 위에 떠서, 똑같이 서기가 타고 있는 조그만 나룻배를 향하여 육박해 들어

가는 것이었다.봉랑자와 걸인 도사가 결사적인 대결을 거듭하고 있는 동안에도, 서기란 자는

조그만 나룻배 위에서,”아야야야! 아야야야!”신음 소리를 연발하고 있었다.다음 순간, 한 사

람은 물 위에서, 한 사람은 허공으로부터 조그만 나룻배 위로 덮쳐 들었을 때, 서기는 여전히,

“아야야야!”소리를 지르며 몸을 데굴데굴 굴려서 선창 속 깊숙이 처박혀 버리고 말